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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실종을 깨닫는 순간, 당신도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뜬다.

 

다가오는 여름, 아메미야 나이토는 SSS 멤버들끼리 여름 축제에 놀러가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축제날을 앞둔 어느 아침, 나이토는 평소와 다른 묘한 감각에 위화감을 느낀다. 갑작스레 유행하는 여름감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들, 그리고 늘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던 SSS의 일원, 모리오카 하나비는 종적이 완전히 사라진 채,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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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 163분

모리오카 하나비의 소실

森岡花火の消失 (원제: 涼宮ハルヒの消失)

 찌르르, 우는 매미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비닐 봉지의 감촉. 안에 들어있는 물건에게서 스며나오는 냉기와 후덥지근한 공기가 섞여 미지근한 물방울이 손을 따라 흐른다. 며칠째 오가며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낯선 세계에 와있는 감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낯선 세계기는 한가.

 

 수많은 생각이 또다시 떠올랐다가, 더위에 패배해 녹아서 사라져버린다.

 

“안녕, 아메미야. 오늘도 공방 견학이야?”

 

“…안녕, 모리오카.”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얼굴. 그럼에도 낯선 존재가 낯선 장소 앞에서 반겨준다. 모리오카 공방. 기억 속에서는 이미 온전하지 못한 모습만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세계에서는 굳건하게 서있다. 안에서는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일 밤은 불꽃놀이니까. 기합 잔뜩 들어갔으니 방해하면 안돼.”

 

“응. 그 대신 불꽃놀이는 가까이서 보기로 약속했으니까. 아, 주먹밥 사왔어. 녹차랑.”

 

“와. 간식 시간하면 되겠다.”

 

 있어선 안 될 장소가 있다.

 없어선 안 될 사건이 없다.

 

 그리고 너희는 있으면서, 없었다.

 

 눈을 뜬 세계는, 그런 곳이었다.


 

-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리오카 공방의 자랑스러운 불꽃이 하늘을 수 놓는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해보인다. 옆을 보면, 그 불꽃을 황홀하게 올려다보는 소녀도 아무런 걱정도 슬픔도 없다는 듯이 웃고 있다.

 

 이 세계도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우리의 인연과 함께 슬픔도 고통도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린 완벽한 세계.

 

 그 모든 것이 없어졌어도, 모리오카 하나비와 아메미야 나이토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 수월하게, 아무런 잡음 없이 평범한 친구가. 아메미야 나이토에게 있어 모리오카 하나비는 좋은 친구는 아니었으니까.

 

“모리오카.”

 

“응?”

 

 이 세계의 소녀는 엉뚱하지만 상식적이고, 걱정될 만한 일을 하지도 않고,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고, 행복해보여서. 대하기 편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말이지, 사실은 유령이다? 아니, 이세계인 쪽이 맞으려나.”

 

“……더위라도 먹었어?”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나 손을 붙잡았을 때 수상한 놈을 보듯 하던 얼굴 표정이다. 그것을 보고 킥킥 웃는다. 그 세계에서도 이런 얼굴을 했던가. 어느 쪽이냐면, 오히려 아메미야 나이토가 짓던 표정이 이랬겠지. 그 세계에서 서로의 인상은 최악이었다.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네가 만든 불꽃을 봤었어.”

 

“아메미야?”

 

“그 불꽃을 본 게 우리뿐인게 유감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어.”

 

 하지만 그게 아니야.

 어느 쪽이 더 편하겠다던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눈에 새겨진 붉은 빛이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게 느껴지더라도, 꺼트리기엔 이미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번졌기에 자신의 일부까지를 도려내야만 한다.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건 그런 것이다. 그런 각오를 하고, 손을 내밀었다.

 

“분명 모리오카의 불꽃도 아름답겠지. 하지만 이미, 가장 아름다운 불꽃을 봐버렸어.”

 

 아마 평생 이해는 못할 것이다. 너무 다른 존재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해하고 싶다. 그 노력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 결국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친구로 있고 싶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그러고 싶단 것 외에 답할 수 있는 이유 같은 건 없지만. 역시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또 조금 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엉망진창이었던 나날들도, 수치심에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지탱하고서 내뱉었던 진심도, 맞잡았던 손도, 전부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미안. 결국 또 마음이 맞지 않았네.”

 

 모리오카 하나비가 이런 세계를 바랐다면,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된다. 서로가 지지 않고 고집을 부리니까. 이번에도 결국, 접히는 것은.


 

-


 

 희미한 햇빛이 눈에 닿는다. 방은 아직 어둡다. 반짝이는 휴대폰의 액정에 손을 내밀어 바로 주소록을 열어본다. 익숙한 이름들. 메신저에도 나눈 대화들이 확실하게 남아있다. 안도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내내 봐온 이름을 터치해 곧바로 전화를 건다. 몇 번 이어지는 연결음. 그 음을 들으며 약간 흐릿하던 의식이 선명하게 깨어난다.

 아직 자고 있는데 괜히 걸었나. 끊는 게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음이 끊기고.

 

「여보세요.」

 

 스피커 너머의 익숙한 목소리에, 약간 등허리를 곧게 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방의 수납장과 선반을 훑으면, 몇 년 전까지의 트로피들. 드럼 스틱, 낡은 축구공, 손질하려 꺼내놓은 활… 익숙한 기억 속의 무분별한 조합에 가볍게 한숨을 쉰다.

 

 그 짧은 침묵과 한숨에 무엇을 생각한 건지,

 

「나이토?」

 

 의아해하는 반응이 원하던 것과 함께 돌아온다.

 

“후…”

 

「응?」

 

“하하핫.”

 

「뭐야? 잠 덜 깼어? 머리 괜찮아~?」

 

 아주 잠깐, 나… 돌아왔구나. 같은 생각을 해버리고. 그들이 보던 창작물도 제법 현실성이 있다는 나사빠진 생각을 한 다음. 너무 길어지는 이상 행동에 당황하고 있을 상대를 슬슬 안심시켜주자는 결론에 닿는다.

 

“있잖아, 이번에 하는 불꽃놀이. 역시 갈게.”

 

「응? 콩쿠르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뭐, 가끔은 괜찮겠지. 그 정도 숨 돌린다고 세계가 망하진 않으니까.”

 

「별 일이네, 나이토. 답지 않을지도.」

 

“그런가? 그럴지도.”

 

 힘이 빠져 다시 흐물흐물해진 몸을 침대에 내던지고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하하 웃는다. 

 

“지금 굉장히, 하나비가 보고 싶은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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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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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정보

​출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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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 하나비
森岡花火 Morioka Hanabi
사요, 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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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미야 나이토
雨宮 夜月 Amemiya N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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